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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와인’, 잘 고르면 ‘형만한 아우’도 있다
푸른자유
2007. 10. 10. 00:20
와인 마니아에게 그랑크뤼 와인은 한번쯤 마셔보고 싶은 ‘꿈’이다. 그러나 값이 만만치 않다. 보로도의 그랑크뤼 1등급은 한 병에 50만원을 호가한다. 5등급이라도 최소 10만원 내외는 투자해야 한다. 그랑크뤼 와인이 책이나 풍문으로만 접할 수 있는 ‘전설의 와인’이 되어버린 것도 이 때문.그러나 세컨드 와인(2nd Wine)이라면 한 번 욕심내볼 만하다. 세컨드 와인은 프랑스 와인의 양대산맥 보로도나 부르고뉴의 유명한 샤또에서 생산하는 서브 브랜드다. 메인 브랜드보다 품질은 조금 낮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매력이다.세컨드 와인은 같은 포도밭에서 나는 포도를 이용해 같은 샤또에서 제조한다. 또한,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유명한 샤또에서 만들기 때문에 1등급에 비교해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샤또의 개성도 충분히 살아있다.
다만, 세컨드 와인은 새로 개척한 포도밭이나, 수령이 어린 포도나무, 같은 밭이라도 후미진 곳에서 생산된 포도를 이용한다는 것이 다르다. 또,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어도 질이 조금 떨어지는 탱크의 와인도 여기에 해당된다.
보로도와 부르고뉴의 그랑크뤼급 샤또는 대부분 세컨드 와인을 생산한다. 따라서 1등급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이름난 세컨드 와인도 많다. 특히, 그랑크뤼 1등급 샤또에서 만드는 세컨드 와인은 그랑크뤼 2∼3등급 와인과 가격이 맞먹을 만큼 비싸 경우도 있다.
‘쁘띠 무똥’은 보로도 와인 가운데 유일하게 그랑크뤼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한 샤또 무똥 로쉴드(Chateau Moutong Rothchild)에서 만드는 세컨드 와인이다. 무똥 로쉴드 만큼 인기가 좋고, 품질면에서 뒤지지 않기 때문에 세컨드 와인임에도 가격은 20만원대나 된다.
‘꼬네따블 딸보’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보로도 와인 가운데 하나인 ‘샤또 딸보’(Chateau Talbot)의 세컨드 와인이다. 샤또 딸보는 흔히 ‘히딩크 와인’으로도 불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8강에 진출한 히딩크 감독이 ‘오늘은 딸보를 마셔야겠다’고 했던 그 와인이다. 그랑크뤼 4등급으로 10만원대인 샤또 딸보에 비해 가격은 절반 이하(5만원대)다.
‘아미랄 드 베쉬벨르’ 역시 보로도 생 줄리앙 지역의 그랑크뤼 4등급 ‘샤또 베쉬벨르’(Chateau Beychevel)의 세컨드 와인이다. 베쉐벨르의 에티켓(라벨)에는 배가 그려져 있다. 이것은 샤또 베쉬벨르에서 지롱드강까지 정원이 이어져 있는데, 지롱드강을 오가는 모든 배는 샤또 베쉬벨르가 보이면 존경의 표시로 돛을 내린 것에서 유래했다. 샤또 이름도 ‘돛을 내려라’(Baisse-Voile)라는 구령에서 비롯됐다. 보통 프랑스의 그랑크뤼 와인은 누구나 수입할 수 있는 ‘오픈 마켓’으로 운영되는데 반해 아미랄 드 베쉬벨르는 최근 두산주류BG에서 독점 수입해 화제가 됐다. 가격은 7만원대다.
‘라뚜르 뽀이약’은 ‘이건희 와인’이라 불리는 ‘샤또 라뚜르’(Chateau Latour)의 세컨드 와인이다. 라뚜르는 보르도 5대 와인 가운데 하나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올해 전경련 만찬에서 내놔 화제가 됐다. 당시 내놓은 와인은 1983년산으로 시가 500만원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라뚜르 뽀이약은 10만원대면 맛볼 수 있다. 이밖에 ‘샤또 뽕테까네’(Chateau Pontet Canet)의 ‘샤또 레 오 드 뽕데 뽀이약’, ‘샤또 지스꾸르’(Chateau Giscours)의 ‘라 시렌느 드 지스꾸르’, ‘샤또 라퐁 로쉐’(Chateau Lafon Rochet)의 ‘라 샤펠 드 라퐁 로쉐’, ‘샤또 꺼멍싹’(Chateau Camensac)의 ‘라 끌로즈리 드 꺼멍싹’, ‘샤또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의 ‘쁘리 슈발’, ‘샤또 디쌍’(Chateau d’Issan)의 ‘블라송 디쌍’ 등이 이름난 세컨드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