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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oard

지하철 엽끼 만행사건...엽끼임 도끼 아님..^^;


지하철, 그 중에서도 막차 타다보면 별에 별일이 다 일어납니다.
약주 한잔 걸치시고 주정하시는 아저씨들부터...
사소한 시비로 목숨거는 젊은이들...
하여간... 세상 재미있게 사시려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
오늘 종로에서 오면서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4호선 오이도행 11시 2번째 차량에서 타고 계신 분들...
정말이지 존경합니다... -.-;
작년 월드컵 미국戰 이후 간만에 볼 수 있는 협동심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나가 된다면 우리나라 금방 통일될 거라고 믿습니다.

사건의 전모는 간단합니다.
지하철을 타다보면 간혹 코를 골며 주무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대게 그냥 넘어갑니다.
간혹 옆에서 흔들어주면 잠잠해 지곤 하죠.
그런데 오늘은 조용한 전철 안에서...
호두알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아시죠? 할아버지들이 호두 두 개 가지고 손 운동 하시는거
작은 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차량 안에 있는 사람들은...
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소리가 전혀 다른 소리인 것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도 온몸의 전율이... -.-;;)
그것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귀가하시던 가장 한분의 이빨을 가는 소리였습니다.
허걱... -.-;;
이빨가는 소리 들어보셨습니까?
깨어있을 때는 그렇게 하라고 해도 절대 못합니다.
빠드륵... 빠르륵...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칩니다... -.-;
차량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고...
"저 사람 뭐야? -.-; 끔찍하다..." 란 말들이 전염병처럼 얼굴에서 얼굴로 전해졌습니다.
(간혹 아직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이 소리가 뭘까?'하고 뒷북치시는 분들에게 고개짓으로 "저 아저씨 이빨가는 소리예요."하고 전해주는 공감대까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는 사람을 어쩌겠습니까?
속으로 불평만 하면서 가만히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팔을 걷어 붙인 의인이 계셨으니...
바로 노약자석에서 단잠을 자고 계시다가 때아닌 화이트 노이즈에 깨신 아저씨였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분이 더 취하신 것 같더군요... -.-;;)
"잉 뭐야? 누구여? 누가 신성한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해?"
아저씨는 이빨가는 소리보다 더 크게 말씀을 하시더니...
두리번 두리번 이상한 소리의 근원을 찾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4호선 오이도행 11시 차 2번째 차량에서 타고있었던 모든 승객들은 이 두사람의 만남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
"잉 이빨을 갈아? 여기가 어디라고 이빨을 갈아?
사람들 같이 쓰는 지하철에서 이빨을 가네....아휴 열받어..."-.-;
....
승객들은 아저씨가 멱살을 잡을까? 흔들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저씨께서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으신 후 무엇인가를 찾으시더군요.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내 눈 앞에서 흉기가 나오는 것을 보는구나..."
승객들은 아저씨가 속주머니에서 꺼내는 물건이 뭘까?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잭 나이프? 과도? 송곳? 파리채? 뭘까? -.-;"
모두들 숨을 죽인채 속주머니에 들어간 아저씨의 손을 응시했습니다.
그러나 손에 딸려져 나온 것은...
바로...
.
.
.

청첩장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청첩장을 찢으시더군요.-.-;
모두들 다음 행동에 주시. -.-;
그러더니 갑자기..

이빨을 가시는 아저씨의 코에 청접장을 넣으시는 것입니다.-.-;
헉!
그러나 이빨가는 아저씨... 안 깹니다...
청접장 집어넣은 아저씨... 자기가 안한 것처럼... 딴청을 피웁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승객들은 흥미롭게 계속 쳐다봅니다.
내릴 역 놓쳤다고 한숨 쉬는 분들 계십니다.-.-
....
별다른 반응이 없자 청접장을 집어든 아저씨가 이번에는 이빨가는 아저씨에게...
갑자기 청접장을 입안으로 쑤셔넣는 것이었습니다!!!
허걱...
청접장 한 장이 아저씨의 입안에 다 들어갔습니다... -.-;
당연히 이빨 갈던 아저씨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러나 청접장 넣은 아저씨는 옆에 서서 내릴 것처럼 딴청을 피웁니다.
하나가 되어 이와같은 광경을 보던 승객들...
전부 딴청을 피웁니다... -.-;
이빨 갈던 아저씨만 바보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자신의 코와 입에 왜 종이가 있는지도 모른채...
오이도 방면으로 가셨고...
하나가 된 4호선 오이도행 11시 차 2번째 차량에서 타고 있었던 대부분의 승객들은 내려서야... 웃기 시작했습니다.
.
.
.
그러면 여기서 끝이냐?
아닙니다...-.-;

재빨리 이와 같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
그러니까... 사진을 첨부해서 설명하자면...

첫번째 사진: 어떤 아저씨가 지하철에서 이빨을 갈고 있다...

두번째 사진: 노약자 좌석에 졸고 계시던 아저씨, 벌떡 일어나서 접근하다...

세번째 사진: 청접장을 찢어 코와 입에 쑤셔넣다...

 




펀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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